'안은 갑자기 제 몸 안에서 엄마가 느껴졌다. 딸이 못마땅한 나머지 엄마의 배와 가슴이 신경질을 부리며 소리 없이 안달을 하느라 바르르 떨었다.

몇 시간이 지나자 엄마의 양 옆구리로 유년기 전체가 회귀했다. 일체의 욕구불만, 의존관계, 교육, 광적인 강박증, 절망, 증오가 새삼스레 떠올랐다.'



'그녀의 몸은, 수영장 물에 들어가기만 하면-수영장의 기묘한 소리 속에 잠기기만 해도-, 녹초가 되면서도 일종의 힘을 회복하곤 했다.'



'어떤 동물들이 식물의 형태나 부동자세를 취함으로써 포식자나 동족의 동물 혹은 경쟁자를 속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녀는 베개와 이불 속에 몸을 숨기고 죽음을 속이려고 했다.'



'사건이 자신의 시련으로 축소되자, 어떤 위로도 위로가 되지 못했다. 어떠한 알코올도, 마약도, 커피도, 담배도, 화학약품도, 수면제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녀는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장례 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줄곧 맨 앞줄에 앉아 있었다. 신부가 내뱉는 진정제 같은 공허한 말에 충격을 받았다.'



'이곳의 물은 그리 아름답지 않았다. 여름도 한결 덜 더웠다. 이제 그녀는 일어나서, 걷고, 달리고, 다시 떠나고, 죽을 용기가 더 이상 나질 않았다. 여기서 그녀는 해가 두려워지지 시작했다. 거기서, 함께 있을 때, 여자 셋이 같이 살 때, 그녀들은 전혀 해를 두려워하지 않았었다. 셋 모두, 긴 의자에 동글게 몸을 말고 누운 채로, 온통 김이 서린 큰 유리병의 차가운 물을 마시곤 했다. 테라스에서, 산꼭대기에서, 천국에서.'




Posted by Swann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