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로마는 현대의 이른바 지식인이라 칭하는 사람들에게는 무시당하고 있다.

파리나 런던처럼 창가를 한번 들여다보기만 해도 시대의 첨단을 걷는 사상을 안다는 서점이나, 전위극을

상연하는 극장들이 지붕을 맞대는 그런 지적인 활기가 없다고 그들은 로마를 시골이라는 것이다.

이런 사상적인 도시인에게 로마는 마땅치 않을는지 모른다. 그러나 뭐, 사람마다 제각기 생각이 다르니 할 수 없지.

 거듭 말하지만 로마는 인텔리가 흡족해하는 도시는 아니다. 이 도시의 매력을 알기에는 시골내기가 가진

소박한 정열과 호기심을 필요로 한다.


- '영원한 도시 로마' 



<베네치아에서의 죽음>에서 토마스 만은 베네치아는 바다로부터 방문해야 한다고 썼다.

이 충고에 따라 나는 키옷지아에서 기차를 내려 연락선을 타거나 트리에스테에서 배로 가거나, 아니면

그리스에서 돌아오는 길에 베네치아를 들른 적이 있다. 그때 처음으로 베네치아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었다.

 배가 다가감에 따라 처음엔 파도 위로 높은 탑이 보이고 더불어 옅은 장밋빛으로 반짝이는 두칼레 궁전,

돔 지붕이 겹쳐진 산마르코 사원이 눈에 들어본다. 탑 종소리가 파도 소리에 묻어왔다. 몇 개월에 걸친

긴 항해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옛 베네치아인들은 그 광경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았을까.

또 오리엔트인들이 유럽에 왔을 때 처음 맞이해주는 곳이 이 아름다운 바다 위의 도읍이었다는 것은

그들을 얼마나 행복하게 해 주었을까. 베네치아의 현관은 바다에 면해 있다. 육지에서 기차로 와서는 

뒷문으로 들어오는 것이 된다.


- '베네치아 소묘' 



Posted by Swann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