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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부고
아마 내가 다섯 살 때였을 것이다. 어느 날 밤 나는 이미 잠자리에 들어 있었는데 아버지께서 들어오셨다.
잘 자라는 인사를 하기 위해 오신 모양이었다. 아버지가 내게 한 사촌의 죽음을 알려준 것은 거의 반쯤은
의지에 반해서 한 것이었으리라. 그는 나보다 나이가 많았기 때문에 나하고는 거의 아무런 관련도 없었다.
아버지는 그러한 소식을 시시콜콜 들려주셨다. 아버지가 하신 말씀을 전부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날 밤 나는 마치 언젠가 그러한 일과 다시 한번 관련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내 방을 각별히 기억 속에 새겨두었다. 사촌이 매독으로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성인이 되고도 한참 후의 일이었다.
아버지는 혼자 있기 싫어서 들르신 것이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내 방을 찾아오신 것이지 나를 찾아오신 것이 아니었다.
둘 다 절친한 친구는 필요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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