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비행 / 생택쥐베리

2015. 7. 29. 12:32 from Reading




그래서 11시경 좀 마음이 가라앉자 사무실 쪽으로 걸어갔다. 

그는 천천히 영화관 앞에 모여 있는 군중을 어깨로 헤치며 걸었다.

그는 좁은 길 위를 비치고 있는 별을 바라보았다.

네온으로 별빛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 저녁 지금 비행하고 있는 나의 두 대의 우편선 때문에 나는 온 하늘에 책임이 있는 것이다.

저 별은 이 군중 속에서 나를 찾고 있고 나를 발견하는 신호다. 그래서 난 지금 이곳에서 낯설고

조금 외로운 것이다.'

 어떤 음악의 한 소절이 그의 머리에 다시 떠올랐다. 엊저녁 친구들과 함께 들은

어느 소나타의 몇 음절이었다. 그의 친구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저런 음악은 우리에게도 당신에게도 듣기 싫은 것이지만 당신은 그렇다고 고백하지 않을 뿐이오."

"글쎄......"라고 그는 대답했었다.

 오늘 저녁처럼 그는 외롭다고 느꼈었지만 곧 그런 외로움의 부유함을 찾아냈었다.

그 음악의 메시지가 범속한 사람들 중 다만 자기에게만 달콤한 비밀을 갖고 다가왔었던 것이다.

별의 신호도 마찬가지다. 이 많은 사람들 속에서 다만 그에게만 들리는 언어로 이야기해주고 있는 것이다.

 보도 위에서 사람들이 그를 떼밀었다. 다시 그는 생각했다. '난 화내지 않겠다.

나는 군중 속을 잰걸음으로 걷고 있는, 아픈 아이의 아버지와 같다. 그는 자기 속에 자기 집의

위대한 침묵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는 그들 사이에서, 잰걸음으로 그들의 창작물이나 그들의 사랑을 품고

걷고 있는 자들을 알아보려 노력했다. 그러고는 등대지기들의 고독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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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wann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