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날마다 시에스타 시간이면 혼자서 골목길로 달려갔다. 멀리서 네 머리의 리본이 모형 돛단배나 나비처럼 빛났다. 그림자에도 리본의 모양이 비쳐 보였다. 네 머리 위의 리본은 네 몸의 연장이요, 네 감정의 불꽃을 지탱하는 커다란 초였다. 때로는 길을 가다가 머리가 풀릴 때도 있었는데, 그럴 때면 리본을 입에 물고 땅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머리를 잡아 다시 가지런히 묶었다. (중략)

성 주간에는 가브리엘이 성당까지 널 따라갔다. 너는 성당의 은은한 향내음 속에서 그를 바라보았다. 물고기가 물 속에서 사랑을 나눌 때 상대 물고기를 바라보듯이 그렇게. 그게 마지막 만남이었다. 그 뒤로 여름이 오면 너는 그가 푸른 작업복 차림에 가난이 선사한 매력을 한껏 풍기며 거리를 배회하거나 별장 앞을 지나가는 상상을 했다. 


/ 담배 연기로 만든 반지



내 이름은 안토니아 필딩이고 나이는 서른이다. 나는 영국인이며 아르헨티나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는데도 손수건의 라벤더 향, 부정확한 스페인어 발음, 신중한 성격, 소묘나 수채화처럼 손을 사용하는 일에서의 솜씨는 여전하다. 또 뭔지 모르지만 내가 저지르지도 않은 잘못에 대해 죄의식을 느끼는 사람처럼 쉽사리 얼굴이 빨개지는 버릇도 변하지 않았다. (내가 수줍음이 많아서가 아니라 많은 친구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피부가 해맑았던 것이 화근이었다). 길었던 청춘기에 내 눈에서 빛났던 낙관주의와 건강은 하늘이 내게 선사한 축복이었다. 나는 말수가 적은 편인데 그래서인지 명랑해 보이지 않는다. 사실은 명랑한데, 아니, 예전에는 명랑했는데 말이다. 난 멀리서 보면 미인이다. 그러나 거울 앞에 서 보면 어딘가 균형이 맞지 않는다. 내 얼굴이 예뻐 보이려면 멀찍이 떨어질 필요가 있다. 난 어린 시절 거울 앞에 서서 못생긴 얼굴을 한탄하며 눈물을 흘리곤 했다.

 내 삶의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얘기할 필요도 없고, 또 그렇게 할 수도 없다. 나는 이 나라를 내 나라처럼 속속들이 잘 안다. 무엇보다 이 나라를 사랑하기 때문이고, 또 이 나라를 잘 이해하려고 허드슨의 책들을 읽었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에 도착한 순간부터 나는 이곳의 풍광과 스페인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민속 음악, 그리고 전원 생활과 나른하면서도 시끌벅적한 이곳 사람들에 매료되었다. 


/ 포르피리아 베르날의 일기



Posted by Swann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