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2번 전차가 모퉁이를 돌아올 때까지 은행 입구에 서서 기다리다가 재빨리 전차에 올라타 투크호프 광장으로 향했다. 전차 안에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타 있었는데, 그들의 옷에서는 축축한 냄새가 났다. 돈도 내지 않고 투크호프 광장에 내렸을 때 비는 더욱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나는 재빨리 어느 소시지 가게의 천막 지붕 아래로 달려갔고, 판매대 쪽으로 몸을 뻗어 구운 소시지 하나와 고기 수프 한 접시를 주문했고, 담배 열 개비를 달라고 한 다음 10마르크짜리 지폐를 내고 잔돈을 거슬러 받았다. 나는 소시지를 먹으면서 가게의 뒷면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처음에 나는 나 자신을 알아보지 못했다. 색이 바랜 챙 없는 모자 미트로 보이는 비쩍 마른 생기 없는 얼굴. 나는 불현듯 나 자신이 우리 어머니한테 물건을 팔러 와서 한 번도 거절당한 적 없는 행상인들 중 하나처럼 보인다고 생각했다.


상처 난 잇몸에 심한 통증이 느껴질 만큼 뜨끈한 소시지를 먹는 동안, 나는 건너편의 반들반들한 거울에 비친 내가 그 디슈를 닮아 가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모자, 마르고 생기 없는 얼굴, 절망적인 눈빛. 그런데 거울 속의 내 얼굴 옆에는 내 옆에 있는 남자들의 얼굴과 소시지를 먹기 위해 크게 벌린 입들이 보였다. 누런 이빨들 뒤로는 장밋빛 소시지가 조금씩 넘어가는 크게 벌어진 컴컴한 목구멍들, 테 있는 좋은 모자와 좋지 않은 모자, 모자를 안 쓴 사람들의 젖은 머리칼, 그사이로 이리저리 움직이는 소시지 가게 아가씨의 장밋빛 얼굴이 보였다. 그녀는 명랑하게 미소 지으며 나무 포크로 기름에서 뜨거운 소시지를 건져 겨자와 함께 종이 접시에 담아 냈다. 그러고는 소시지를 먹고 잇는 사람들 사이를 부지런히 오가며 겨자가 묻은 지저분한 종이 접시를 모으고, 담배와 레모네이드를 내주며 아주 짤막한 장밋빛 손가락으로 돈을 받았다. 그러는 동안 천막 지붕 위에서는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나는 몇 해 전부터 이 단칸방의 더러움에 맞서 싸우고 있다. 양동이에 물을 가득 채우고, 걸레를 헹구어 빨고 더러운 물을 하수구에 내다 버린다. 60년 전에 건장한 미장이 청년들이 이 방에서 지치도록 일할 때처럼, 많고 많은 석회 찌꺼기를 다 긁어 씻어 내면 나의 싸움이 끝날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나는 물통을 채워야 할 때마다 종종 거울 속을 바라보곤 한다. 그러면 내 눈은 그 뒤쪽으로부터 돌아와, 생기 없고 무관심하게, 눈에 보이지 않는 놀이를 지켜보는 내 자신의 얼굴에 와서 멈춘다. 그러면 이따금씩 아이들의 얼굴에서 나와 내 얼굴에 머무는 것 같은 미소가 보인다. 또는 단호한 결심과 증오, 가혹함의 표정이 보이는데, 결코 잊히지 않는 이런 가혹한 표정에 나는 놀라기는커녕 자랑스러워한다.


나는 제르게 신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으려고 했지만 트림처럼 거친 딸꾹질만 나왔다. 아마 그에게는 모든 것이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말끔하게 솔질한 그의 수단(soutane), 잘 손질된 그의 손, 깔끔하게 면도한 뺨, 이러한 것들이 초라한 우리 집을, 맛도 없고 느껴지지도 않는 하얀 먼지처럼 우리가 10년 동안 들이마신 가난을 생각하게 했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정의 내릴 수도 없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가난이라는 먼지는 폐와 심장과 뇌에 쌓여, 내 몸의 순환을 지배하며 이제 호흡 곤란을 일으키고 있다. 나는 참았던 기침을 터뜨렸고 힘겹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럼' 나는 간신히 입을 열었다.

'안녕히 계세요, 정말 고맙습니다.'





Posted by Swann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