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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 부인은 아들을 어찌나 끔찍이 사랑했는지, 어지간히 열렬한 연인조차도 이들 모자 앞에서는 그만 머쓱해질 정도였다. 또한 그 애정은 그녀가 낳은 장남의 무기력한 성벽을 만들어냈다고, 또는 최소한 극적으로 악화시켰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머니가 생각하기에 아들은 어머니 없이는 뭐든지 제대로 하는 것이 없어보였다. 아들이 태어났을 때부터 어머니가 눈을 감을 때까지 두 사람은 줄곧 함께 살았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을 때 아들의 나이는 서른넷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의 가장 큰 걱정은 자신이 죽고 난 다음에도 마르셀이 과연 이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여부였다. 


뤼시앵 도데는 프루스트가 다음과 같은 능력을 지니고 있음을 느꼈다.

 그다지 부러울 것도 없는 예언 능력이었는데, 그는 인간의 마음에서 온갖 쩨쩨함-종종 감춰진-을 발견했으며, 그 사실에 경악해 마지 않았다. 가장 눈에 잘 띄지 않는 거짓말, 마음 속의 딴 생각, 비밀, 거짓된 청렴성, 뭔가 숨은 동기를 지닌 친절한 말, 편의상 약간 변형된 진실, 한마디로 말해서 사랑에서 우리를 근심시키는 것들, 우정에서 우리를 슬프게 만드는 것들, 다른 사람들과 우리의 관계를 진부하게 만드는 것들 모두가 프루스트에게는 지속적인 놀라움, 슬픔, 또는 아이러니의 대상이었다.


프루스트는 언젠가 우정을 독서에 비유한 적이 있는데, 양쪽의 활동 모두 다른 사람들과의 교제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독서 쪽에 핵심적인 이득이 있다고 덧붙였다.

 독서에서는 우정이 갑자기 그 원래의 순수성을 되찾게 마련이다. 책을 상대로 해서는 거짓된 친절 따위가 있을 수 없다. 만약 우리가 이런 친구들과 저녁 시간을 보낸다면, 그것은 우리가 진정으로 그러고 싶어서일 것이다. 


만약 우리가 몰리에르와 함께 저녁을 보낼 기회를 얻는다면, 이 희극 천재조차도 우리에게 간혹 한 번씩 가짜 미소를 짓게 강요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이것이 바로 프루스트가 살아 있는 희곡작가보다는 차라리 종이책과의 교제를 선소한다고 표현한 이유이다. 최소한 책 형태라면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몰리에르가 하는 말이 어디까지나 우리가 보기에도 재미있을 때에만 웃을 수 있다. 그가 우리를 지루하게 만들 경우라도, 우리는 지루한 표정이 들통날까봐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며, 일단 그를 충분히 즐겼다고 확신이 서면 마치 그가 천재도 유명인사도 아닌 것처럼 불쑥 원래의 자리에 꽂아둘 수도 있다.


프루스트의 작품을 읽고 난 직후에 버지니아 울프도 거의 침묵할 뻔했다. 그녀는 그의 소설을 좋아했지만 어딘가 지나칠 정도로 좋아하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누군가의 소설을 좋아한다는 것 자체만 놓고 본다면야 완전히 잘못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왜 저술가가 되는지에 대한 발터 벤야민의 판정- 그는 그 이유가 이미 다른 사람이 쓴 책들 중에서는 완벽하게 자신의 마음에 드는 것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를 고려해 보면 이것은 정말이지 결정적인 깨달음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 안으로 뛰어들었고, 바로 그때부터 문제가 시작되었다. 그녀가 로저 프라이에게 말한 바에 따르며 "프루스트는 표현을 향한 나의 열망을 너무나 간질여 놓아서, 나는 문장을 시작할 수도 없을 지경이니다. 아, 내가 그렇게 쓸 수만 있었다면! 난 버럭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리고 그가 확보한 것이 가령 놀라운 진동과 침투인 순간에는-그 안에는 뭔가 성적인 것이 들어 있습니다-나도 그렇게 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 펜을 움켜쥐지만, 그러고 나면 나는 그렇게 쓸 수 없는 것입니다."


마치 이것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향한 버지니아 울프의 예찬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작가로서 본인의 미래에 대한 훨씬 어두운 평결이다. 그녀는 프라이에게 이렇게 말한다. "내 위대한 모험은 진정으로 프루스트입니다. 글쎄요, 그 이후에 무슨 써야 할 것이 남아 있을까요?…… 과연 이렇게 누군가는 늘 파악되지 않고 손아귀를 벗어나기만 했던 것을 잘도 응고시키고, 그것을 이처럼 아름답고 완벽하게 영속적인 물질로 변모시킨 것일까요? 누구라도 책을 덮고 숨을 헐떡이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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