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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미지가 더 많은 실재들과 결합될수록, 그 이미지는 더 자주 생생해진다. 왜냐하면 어떤 이미지가 더 많은 실재들과 결합될수록, 그것을 촉발할 수 있는 더 많은 원인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 '윤리학' 5부, 정리13과 그 증명.
드로잉은 무언가를 꼼꼼히 살피는 형식이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려는 본능적인 충동은, 무언가를 찾으려는 욕구, 점을 찍으려는 욕구, 사물들을, 그리고 자기 자신을 어딘가에 위치시키려는 욕구에서 나온다.
다시 다마지오를 인용하자면, "…의식하는 정신은 유기체와 앎의 대상 사이에 관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생겨난다."
본능적 충동은 그렇다 치고, 특정한 대상을 갑자기 그리고 싶게 자극하는 것은 무엇일까. 어디를 가든 스케치북을 들고 다닌다. 몇 주 동안 꺼내지 않는다. 그동안은 사물을 봐도 그걸 그려야 할 것 같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그러다 갑자기 그 마음이 생긴다. 꼭 그려야만 한다.
내가 보기에, 그 마음이 생길 때면, 상황이나 그림의 대상에 상관없이 비슷한 상상력의 작동 때문에 그림을 그리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는 것 같다.
물론 모든 드로잉은 각자의 존재 이유를 가지고, 독창적인 것이 되기를 희망한다. 매번 드로잉을 시작할 때마다, 우리는 그때만의 서로 다른 희망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매번 드로잉은 예측할 수 없는 그때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실패한다. 그럼에도 모든 드로잉은 비슷한 상상력의 작동으로 시작된다.
모든 비행기는 출력이나 짐, 목적지에 상관없이 활주로의 똑같은 안내선을 따라 이륙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하늘에 오를 수 없다. 똑같은 방식으로, 모든 자발적인 (주문받은 것과 구분되는) 드로잉은 비슷한 상상력의 작동을 거쳐 '이륙'해야 하고, 그 상상력의 힘으로 하늘에 떠 있을 수 있다.
바로 그 상상력의 작동-우리의 마음에 울림을 주는 많은 것들처럼 복잡하고 모순적인 그것-을, 나는 정의 내리고 묘사해 보고 싶은 것이다.
(이 카테고리에는 이전 이글루스 블로그처럼 내 감상 잡담은 덧붙이지 않고 책표지와 책 속 발췌문만을-그림이 있다면 스캔사진만 첨부-
순전히 감상용으로 옮겨놓을 생각이다. 이글루스에서 옮기면 되니 한꺼번에 꽤 포스팅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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