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풍경



고양이처럼 우울한 풍경이다

쓸쓸한 풍선은 곧바로 올라가고

리넨을 입은 인물이 드문드문 있는 것이 아닌가.

이미 아주 오랫동안

아무도 이런 부둣가를 생각하지도 않아.

그리하여 기중기가 멍하니 있는 갑으로부터

여러 가지 각양각색의 생물 의식이 사라져갔다.

게다가 범선에는 면이 선적되고

그것이 앞바다 쪽에서 뭉게뭉게 생각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닌가.

무어라 말할 수조차도 없다

소름 끼쳐 닭살 돋는 듯한 추억뿐이다.

아아 신이여 이제 되돌릴 방법도 없다

그리하여 이런 병든 회상 때문에 언제나 유아처럼 울고 있겠지.



게으른 달력



몇 번의 계절이 지나고 

이제 우울한 벚꽃도 하얗게 썩어버렸다

마차는 덜컹덜컹 먼 곳을 달리고

바다도 시골도 고요한 공기 속에서 잠자고 있다

어쩌면 이다지도 게으른 날일까

운명은 연달아 어두워져 가고

쓸쓸한 우울은 버드나무 잎 그늘에 흐려져 있다

이제 달력도 없다 기억도 없다

나는 제비처럼 홀로서기를 해, 그리하여 신기한 풍경 끝을 날아가겠다.

옛날의 사랑이여 사랑하는 고양이여

나는 하나의 노래를 알고 있다

그리하여 먼 해초를 태우는 하늘에서 짓무르는 것 같은 키스를 던지겠다

아아 이 슬픈 정열 이외는 그 어떤 단어도 알지 못한다.



한아한 식욕


솔밭 속을 걸어서 
밝은 분위기의 카페를 가보았다.
멀리 시내에서 떨어진 곳
아무도 찾아오는 사람조차 없고
숲 속의 숨겨진 추억의 꿈 속 카페다.
아가씨는 연애의 부끄러움을 품고
새벽녘처럼 상쾌한 특제품의 접시를 운반해 오는 방식
나는 느긋이 포크를 쥐고
오믈렛, 튀김류를 먹었다.
하늘에는 흰 구름이 떠 있고
아주 한아한 식욕이다.


날씨와 사상


학생은 음울한 침대에서
가축처럼 일어났다
학생은 웃옷을 걸치고
그가 보는 자연으로 나가서 돌진했다.
자연은 밝고 깔끔하고 생기가 넘치고
게다가 향기가 났다
숲에도 거리에도 매점에도
어디나 창공이 펼쳐져 아름다웠다
이런 경쾌한 날씨에
아름다운 자동차가 아가씨가 여기저기 뛰어다녔다.

내 생각하건대
사상은 역시 날씨와 같은 것일까
학생은 책을 양지에 두고
오랫동안 행복 냄새를 맡았다.


불쾌한 경치


비 내리는 동안
전망은 흐릿해지고
건물 건물 축축하게 젖고
쓸쓸하고 황폐한 시골을 본다
그곳에서 감정을 썩히며
그들은 말처럼 지내고 있다.

나는 집 벽을 돌면서
집 벽에서 자라는 이끼를 보았다
그들의 음식물은 아주 나쁘고
정신조차도 장마처럼 되어 있다.

비가 오랫동안 내리는 사이
나는 무료한 시골에 있어서
무료한 자연을 방랑하고 있다
약간 퇴색한 유령 같은 그림자를 보았다.

나는 가난을 본 것입니다
이 질퍽질퍽한 우기 속에서
흠뻑 젖은 고독의 아주 불쾌한 것을 보았던 것입니다.


군중 속을 찾아 걷는다


나는 언제나 도시를 추구한다
도시의 흥청거리는 군중 속에 있는 것을 추구한다
군중은 커다란 감정을 가진 물결과 같은 것이다
어디로든지 흘러가는 하나의 왕성한 의지와 애욕의 그룹이다
아아 구슬픈 봄날 저녁 무렵
도시의 뒤섞여 있는 건축과 건축의 그림자를 찾아서
커다란 군중 속에 휩쓸려 가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봐요 군중이 흘러가는 모양을
하나의 물결은 하나의 물결 위로 겹치고
물결은 수없는 그림자를 만들고 그림자는 흔들리며 퍼져 나아간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지닌 우울과 슬픔과 물 밑의 그늘로 사라져 흔적조차 없다
아아 어쩌면 이다지도 편안한 마음으로 나는 이 길을 걸어가고 있는가
아아 이 커다란 사랑과 무심한 그림자
즐거운 물결인 당신을 따라가는 마음은 눈물겨워지는 것 같다.
왠지 슬픈 봄날 저녁 무렵
이 사람들의 무리는 건축과 건축의 처마를 헤엄쳐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려고 하는 것인가
나는 슬픈 우울을 감싸고 있는 하나의 커다란 지상의 그림자
떠도는 무심한 물결의 흐름
아아 끝없이 끝없이 이 군중의 물결 속에 휩쓸려 가고 싶다
물결의 행방은 지평선으로 흐려진다
하나의, 단지 하나의 '방향'만을 향해 흘러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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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wann_ :